봄이 왔습니다. 봄바람이 때때로 거세게 불기는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겨울처럼 춥지 않고 한낮엔 아주 따뜻합니다. 봄 정취를 즐기며 나들이라도 가고 싶은 날들이지만, 봄기운이 올라올수록 농부의 손길은 바빠집니다. 할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하다 문득 노란 기운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집 앞에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산골에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고마운 꽃입니다.
사과 농사 짓는 친구가 사과 묘목 여덟 그루를 한 번 심어보라고 주었습니다. 바쁘지만 친구의 마음을 생각해서 지주대도 박고 퇴비도 땅 속에 듬뿍 넣고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3, 4년 정도 자라면 수확할 수 있다고 하네요. 사과는 유기농으로 키우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몇 그루 안 되니까 병충해를 한번 잘 잡아 보려구요.
자투리 땅에 만들어놓은 밭에 부추를 잔뜩 심었습니다. 첫해라 비닐 멀칭을 해서 키우고 내년 봄에 벗겨 놓으면 막 번질 겁니다. 이 정도 양이면 지금까지보다는 회원분들에게 넉넉히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월20일에 비닐하우스에 심은 감자는 벌써 한참 자랐습니다. 예년보다 훨씬 빨리 심어서 5월15일 경에는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싹도 잘 나고 성장세도 좋습니다. 배추와 양배추, 브로콜리도 낙오되는 놈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3월 말에 몇 번 영하 10도 정도까지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2중 터널이 온도를 잘 잡아주었습니다. 노지밭에 들어갈 작물들도 모종 하우스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드디어 노지밭 만들기 시작, 퇴비 뿌리고 로터리 쳐 놓은 밭에 관리기를 가지고 골을 탔습니다. 밭이 경사가 심해서 관리기질 하기가 조금 힘들지만, 농사를 더 짓고 싶어도 지을 땅이 없었던 지난 마을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만족스럽습니다. 산 속에 따로 떨어져 있는 밭이라 주변에서 농약 날아올 일도 없구요. 며칠을 이 밭에서 관리기로 골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골 위에 비닐을 씌우고 노지 감자 다섯 상자를 심었습니다. 원래 관행농에서는 10배에서 20배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유기농으로 하면 10배 이상 나오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감자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퇴비도 많이 넣고 땅도 잘 뒤집어 주었습니다.
작년에는 이사 와서 처음 하는 땅에 농사짓느라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땅의 특성을 알게 되어서인지 좀 수월해졌습니다. 제일 볕이 좋은 땅에 브로콜리, 양배추, 적양배추, 알배기 배추, 쌈배추를 심었습니다. 모종 하우스에서 언제 땅 냄새 맡을까 기다리던 놈들을 밭으로 옮겨 심으니 모종들이 쭉쭉 기지개를 켜는 듯합니다.
작물 심고 아래에서 길어온 물을 주었습니다. 며칠 동안 이 밭에 붙어서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살았는데, 이렇게 작물이 들어간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내일부터는 또 다른 노지밭 땅을 만들어 완두콩, 양상추, 로메인상추 등 봄 작물들을 가득 심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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