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다고 하면 시골 사람들은 “몇 평이나 짓느냐?”를 제일 먼저 묻고, 다음으로 “어떤 작물을 키우느냐?”고 말을 건넨다. 두 질문 다 우리같이 작은 평수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답하기 어렵다. 관행농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보통 5천평에서 1만평정도 규모에서 10가지 안팎의 작물을 키운다.
제초제로 쉽게 풀을 잡고, 병충해 올 때마다 농약 치고, 화학비료 조금만 뿌려주면 되는 관행농의 경우 친환경 농사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농사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친환경 농사는 시시각각으로 자라는 풀을 정리해줘야 하고, 병충해는 농약에 비해 훨씬 효과가 떨어지는 기피제나 천적으로 잡는다.
화학비료 1포만 넣으면 될 것을 퇴비를 20포는 넣어야 한다. 비교가 될 일이 아니다. 친환경 농사를 대규모로 짓는다면 일단은 믿음이 가질 않는다.이 두 가지 질문은 시골 와서 처음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듣는 질문이다. 몇평 농사짓느냐는 질문을 하면 일단 “조금 지어요” 하고 얼버무린다.
집요하게 물어보면 “하우스 세 동에 노지 조금 지어요” 한다. 그래도 더 물으면 그냥 “칠백평 정도 지어요” 한다. 그럼 피식 웃는 사람들이 많다. 그 평수 농사지어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친환경으로 농사지어 직거래로 팔고, 가족회원제로 적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몇천평 농사짓는 분들 보다 수익이 적지 않다. 농사 지어서 충분히 먹고살만하다. 평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농사짓느냐, 친환경으로 농사짓느냐가 더 중요하다.
효율성 없이 큰 규모로 농사지어 빚만 늘어나는 게 농촌 현실이라 안타깝다.아무튼 이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오늘 우리가 키우는 작물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았다. 가족회원제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참 많이도 심었다. 무려 40여 가지나 된다. 다음은 그중 카메라 렌즈 안에 들어온 놈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잘 자라는 토마토, 우리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키우는 작물. 며칠 전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마토 열매가 꽃 속에서 튀어 나왔다. 예쁘게 잘 자라는 토마토지만 물 관리며 곁순따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역시 토마토지만 방울토마토다. 올해엔 노란 방울토마토와 타원형 방울토마토, 일반 방울토마토 세 가지를 심었다.
재작년과 작년에 공판장 출하를 하면서 ‘똥값’이 뭔지 깨닫게 해준 상추. 올해부터 공판장 출하는 안하기로 했다.
한여름만 피하면 잔손 안 가도 무럭무럭 잘 자라는 양상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쌈채소다.
귀농해서 처음으로 키운 작물이 바로 요 완두콩이었다. 150평 지어 공판장 출하했더니 마침 가격 폭락으로 겨우 10만원 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도 첫 정을 쏟았던 작물이라 우리에겐 각별하다.
반찬용으로 좋은 꽈리 고추, 수확이 쏠쏠하게 쏟아진다.
풀만 잘 잡아주면 재배가 쉬운 땅콩이다. 물론 캐서 정리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땅콩처럼 잘 자라는 고구마, 풀을 잡기 위해 부직포를 깔아 놓았다. 비 오는 날 심어야 하는 작물이라, 올해도 비올 확률 100%라던 지난 석가탄신일 오전에 심었는데 비가 안와서 힘들게 물을 주고 막 일을 마치려니 비가 쏟아졌다. 지방이라서인가? 일기예보가 잘 안 맞아서 농민들이 고생이다. 심지어 지역 상세예보의 경우 하루에도 몇번씩 예보가 바뀌기도 한다.
야콘이다. 고구마랑 재배법이 비슷하다고 하여 올해 처음으로 심어보았다. 가을에 어떤 모양으로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요즘 한창 수확하고 있는 자주감자다. 올해에는 신품종인 라자라는 자주감자를 심었는데 수확양이 쏠쏠하다.
아내가 옥수수를 좋아해서 옥수수를 많이 심었다.
하우스에 심은 맵지 않은 품종의 고추다.
호박 중에 가장 잘 자라는 쥬키니 호박. 퇴비 많이 넣고 꼽아만 놓으면 알아서 호박이 주렁주렁 달린다. 우리 입맛엔 맛있기만 한데, 도시 소비자들은 대체로 쥬키니 호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애먹으며 키우고 있는 애호박. 작년에는 진딧물과 태풍 때문에 고생했는데, 올해엔 잘 자라는가 싶더니 수꽃이 안 펴 애를 먹이고 있다. 암꽃은 탐스런 아기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채 200개 정도 피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열매를 완성시켜줄 수꽃은 한 송이도 안 폈다. 아무튼 애호박 키우기 참 힘들다.
봄무다. 역시 무는 가을무가 맛있다. 더위에 강한 봄무 씨를 사다가 넣었건만 올 봄 날씨가 더웠는지 금세 꽃대가 올라와 버렸다. 아직 덜 큰 무를 뽑아 먹어보니 무지 맵다.
막 열매가 맺힌 오이. 병충해가 많아 유기농으로 키우기 어려운 작물이다.
매주 회원들에게 보내주기 위해 짜투리 땅에는 모두 대파를 심었다. 화학비료 넣으면 무지막지한 크기의 슈퍼 대파가 되는데, 퇴비만으로는 그렇게 키우기가 어렵다.
벌레가 드글드글 달려든다는 양배추. 올해 처음으로 겁 없이 심어봤는데, 역시나 벌레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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