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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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일복터진 5월! 새벽별 부터 저녁별까지… (2007.05.23)

백화골 2009. 3. 4. 11:09

천적으로 하는 진딧물 방제에 일단은 성공한 듯하다. 5월9일, 고추와 파프리카, 애호박, 오이를 함께 키우는 하우스에 콜레마니 진디벌이란 진딧물 천적을 종이컵 안에 넣어 자리를 잡게 했다.

하지만 진디벌은 알 상태에서 1주일 이상 지나야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는지라, 진딧물이 막 번져 가는 시점에서 진디벌 투입 시기가 한 발 늦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무당벌레(천적 상품들 중 가장 가격이 높다. 한 마리 당 무려 300원)를 구입해 진딧물이 극심한 포기들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무당벌레와 무당벌레 유충들이 활동을 시작하자 진딧물 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던 중 콜레마니 진디벌도 슬슬 깨어나 진딧물 포획에 합류하고, 이렇게 1주일이 지나자 이제는 진딧물이 거의 사라졌다. 

작년에 진딧물 때문에 애호박과 오이는 농사를 중도에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별별 천연 기피제를 다 쳐보고, 나중엔 바가지에 물을 떠다 놓고 일일이 잎을 씻기까지 했지만 도저히 진딧물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천적으로 간단하게 진딧물을 잡고 보니, 약간은 허탈하면서도 친환경 농사에 대한 '기분 좋은 희망'이 생긴다.  

요즘은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 산나물 따서 가족회원들에게 보내고(산에서 뭔가 채취해서 보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미친 듯이 삐져나오는 토마토 곁순 따고, 밭을 덮을 기세로 올라오는 풀 뽑아주고, 이것저것 작물들 내다 심고, 또 수확을 앞둔 감자 관리하고...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해뜰 때 일을 시작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일 때까지 일한다. 이건 완전히 새벽별, 저녁별 보기 운동이 따로 없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고, 산나물 들나물로 채운 푸른밥상을 받으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놀기 좋은 '계절의 여왕' 5월은 남의 나라 얘기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픈 '일복 터진 달의 여왕' 5월이지만, 농사지으며 정신 없이 바쁘게 사는 것도 나름대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