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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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벌레 잡기 위해 벌레 풀다! (2007.05.10)

백화골 2009. 3. 4. 11:08

지난주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 수원까지 올라가 농림부에서 실시하는 천적 방제 교육이란 걸 받고 왔다. 무려 1박2일 16시간 동안이나... (농부들에겐 참으로 길고 긴(?) 수업시간이다) 농사짓다 보면 가끔 깔끔한 양복 차림에 여러 가지 팜플릿 같은 걸 들고 와서 모든 병충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신 농업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홍보하는 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알고 보면 미심쩍은 농약이나 비료 판매업자인 경우가 대부분. 이런 경험 탓에 사실 이번에 교육받으러 올라가면서도 약간은 미심쩍은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영농기술이라니까 한번쯤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수원까지 달려간 터였다. 마음 속 의심 때문인지 처음엔 강사의 말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쉬는 시간에 전국에서 온 농민들 이야기를 듣고는 귀가 솔깃했다. 대부분 1년 이상 천적을 활용한 분들이었다. 제품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벌레는 천적으로 방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고 강의를 들어보니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꽤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잡아먹는다는 흔한 상식에서 출발할 수 있는 천적 개념을 좀더 확대해 나간다면 대단히 진일보한 일일 터이다.

이틀째 실습을 하며 천적 교육을 받고, 천적을 제대로 실험해보고자 마음먹었다. 사실 우리 마을이 작년에 이미 천적방제 시범마을로 지정이 되었으나, 천적에 대해 아무도 잘 알지 못한 터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올해는 제대로 교육을 받았으니 천적이 과연 효용이 있는지 활용해보기로 했다.

골치 아픈 진딧물, 담배나방 애벌레, 벼룩벌레, 굴파리 등의 해충들을 천적으로 잘 방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저 애호박과 오이, 고추를 심은 하우스 진딧물부터 천적으로 방제해보기로 했다.  

천적 방제 회사 직원이 하우스 앞에 붙이라고 스티커 포스터를 주고 갔다. 굳이 안 붙여도 별 상관은 없지만, 녹색 바탕에 빨간 무당벌레가 탐스럽게 예뻐서 붙여두었다. 앞으로 한 달이면 천적의 효용에 대해 실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천적 방제 회사 직원과 마을 사람들이 진딧물을 살펴보고 있다.

돋보기로 보니 벌써부터 고추와 파프리카에 진딧물이 가득했다.  

진딧물만 골라서 잡아먹는다는 콜레마니 진디벌이란 천적이다.  

진디벌의 알 상태.  

종이컵에 진디벌 알을 담아 하우스 한 동 당 다섯 곳 정도에 놓아두면 약 2주 정도 뒤 성충이 돼 기어 나와 진딧물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작년까지는 자리공 액비, 생선 액비, 목초액, 은행나무 즙 등의 천연 기피제로 해충 방제를 해왔었다.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니었고, 특히 벼룩벌레나 진딧물은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천적으로 어느 정도 진딧물과 기타 벌레들을 잡을 수 있을지 나도 퍽 궁금하다. 앞으로 천적 방제 결과들을 그 때 그 때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