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 활동 때 꼭 읽어야할 필수 목록에 항상 오르던 시. 그 시절엔 이른바 ‘운동권’들만 좋아하던 시인의 대표작.
지금은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시. 농사꾼이 되고난 뒤 더욱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시. 하지만 아내는 싫어하는 시. 왜 아내는 이 시를 싫어할까요?^_^
농무(農舞)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농무, 창작과비평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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