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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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장마, 잠깐씩이라도 일할 수 있는 게 행복

백화골 2009. 7. 14. 21:39

비가 참 많이 온다. 가뭄이란 말을 하던 게 불과 몇 주 전인데, 이젠 집 옆 계곡으로 물이 폭포처럼 흘러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뭄 때는 비 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요즘처럼 매일 비가 오니 맑은 날이 그립다.

감자 심었던 노지 밭에 가을 옥수수와 들깨를 심었다. 갑자기 폭우가 계속되면서 며칠 차이로 일이 많이 늦어졌다. 더 늦어질까봐 푹푹 빠지는 밭에서 비 맞으며 늦게까지 일을 했다. 힘들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다 심고 나니 기분이 참 좋다. 옥수수와 들깨가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 뿐. 농사일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서 좋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마음이 심란하다. 그저 가족회원 발송하는 시간만이라도 비가 덜 오기를 바랄뿐이다. 비가 많이 오니 농산물에 물기가 많은데다가 날이 더워 배송 과정에서 농산물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백화골이 고랭지여서 큰 일교차 때문에 어지간하면 농산물이 저장성이 좋은데, 아무래도 요즘 날씨는 어떻게 할 수가 없나보다.

일하기도 힘들고 농산물 발송하기도 힘든 날씨. 하지만 올해 갑자기 장마가 온 것도 아니고, 수 십 수 백 년 간 이맘 때면 찾아오던 장마가 다시 온 것 뿐이라 생각하며 나름대로 담담하게 장마 기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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