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정말 길어졌습니다.
할 일이 태산이므로 길고 긴 하루는 선물과도 같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지, 그 긴 하루로도 모자라 사람들은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일을 합니다. 심지어 트럭이나 헤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낮의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저녁 바람이 불어오면 갑자기 일에 대한 의욕과 욕심이 펑펑 샘솟는답니다. 땀에 젖은 모자를 내팽개치고 있는 힘을 다해 번개처럼 손을 놀립니다. 이러다보니 저녁식사 시간이 8시 반, 9시, 9시 반... 점점 늦어집니다.
가무잡잡한 이웃들의 얼굴도 점점 더 뾰족해집니다. 작업복으로 변한 도시에서 입던 양복바지들이 어찌나 헐렁헐렁한지 마치 허수아비 같습니다. 바야흐로 농민들이 가장 빼빼 마르는 계절이랍니다.
우리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어제 저녁 체중계에 올라가 봤더니, 어른이 된 이후 체중을 잰 수치 중 가장 적은 숫자가 나오더군요. 남편 역시 도시에서 일하던 시절에 비하면 7kg이나 빠졌습니다.
OO 다이어트, XX 다이어트... 요샌 정말 갖가지 다이어트법들이 많던데, 이참에 우리도 다이어트 비법 하나 내놓아 보렵니다. 바로 농사 다이어트! 1주일에 5kg 보장! 확실한 선택! 유기농 야채 무한정 공급! 안 빠지면 전액 환불! ^^
단 농사 다이어트엔 몇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답니다. 피부 미용은 책임질 수 없음, 특정 관절(특히 허리, 무릎, 손목)의 건강 보장 못함, 그리고 1년 주기의 요요현상-겨울이 되면 다시 토실토실해지는-발생 가능성 매우 높음 등등.
이런 부작용들에도 불구하고 살빼고 싶은 분은 농사 다이어트 하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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