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데 왜 유기농사를 지으세요?”
기후 위기로 유기농사가 힘들어지니까 요즘 들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네요.
장수군 살 때는 주변에 유기농 농부들이 많아 교류도 잦았던 덕에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울주군으로 이사 온 뒤 주위에 유기농 농부가 거의 없다보니 유기농사 짓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유기농 농부들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유기농사를 지으면 온실가스를 줄여주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유기농으로 농사지을 수 있다”
“화학농약 사용으로 농촌에 우울증을 앓는 농민들이 많다”
“퇴비를 재활용하여 건강한 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독성물질 뿌린 농산물을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지 않다”
오랜만에 연락하니 모두들 이런저런 유기농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답을 해주시네요. 어렵지만 아직은 할 만하다고들 하시구요.
제일 마지막 대답은 횡성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계신 부모님 말씀이었습니다. 묻자마자 바로 이 한 마디로 대답해주셨는데 참 명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저희도 같은 생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좋은 농산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입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건강에도 좋고, 자연환경도 보호하고, 채소를 소비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소중한 일입니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저런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최근 화학농약의 유해성 때문에 농약 회사에서는 ‘저독성’ 농약이라며 안전하다고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고독성 농약은 이제 못 쓰고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니 안전하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 성분이 있습니다. 고엽제의 사촌쯤 되는 독성물질입니다. 암 관련 학계에서도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지요. 이 글리포세이트로 만든 제초제도 ‘저독성 농약’으로 분류됩니다. 대부분의 화학농가에서는 이 제초제를 사용합니다. 저독성 농약이라는 것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글리포세이트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농촌에는 의외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농부들이 많습니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노동하면서 사는데 왜 우울증에 걸릴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화학농약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농업인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약중독을 경험한 농민 가운데 60%가 우울증 증상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백화골 농부들은 유기농사를 짓습니다. 기후 위기로 유기농이 조금 어렵지만, 겉보기에 조금 작고 벌레구멍 있는 유기농 채소도 기꺼이 받아서 드시는 제철꾸러미 회원분들이 있어서 더욱 힘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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