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어느덧 산과 숲이 하루하루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10월입니다. 아름다운 단풍숲과 가을 하늘 아래서 백화골 농부들은 땅콩 수확하기 바빴습니다. 땅콩 캐는 일은 고구마 캐는 일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땅에서 쑥 뽑아낸 땅콩을 한 알 한 알 떼어내 물로 깨끗이 씻어 멍석 위에 펼쳐 널고, 잘 마르도록 뒤적여주며 며칠 동안 뽀송뽀송 말린 다음, 다시 한 알 한 알 골라가며 예쁜 것과 못생긴 것을 선별합니다. 예쁜 땅콩을 추려 회원분들께 보내드리고 나면, 못생긴 땅콩은 백화골 1년 양식이 되지요. 갓 볶은 땅콩의 고소한 냄새는 손 많이 가는 긴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고도 남는 것 같아요.
몇 주 동안 이어진 땅콩 수확 작업도 거의 끝나가고 이제 호박고구마, 브로콜리, 배추, 양배추, 야콘, 얌빈 등이 줄줄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 번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 꾸러미까지 최대한 많은 채소들로 싱싱하게 채워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가을밭의 풍성한 기운이 여러분께도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가족회원 기준으로 스물한 번째 유기농제철꾸러미 품목은 생땅콩, 피망, 가지, 풋고추, 쑥갓, 양파, 대파, 무, 애호박(또는 당근) 등입니다. 요일에 따라 품목 구성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생땅콩_ 우리가 흔히 먹는 땅콩은 이미 볶아놓은 땅콩입니다. 보내드리는 땅콩은 캐서 말리기만 한 생땅콩이므로 반드시 삶거나 볶아서 드셔야 한답니다. 삶아서 드시는 경우 땅콩이 자작하게 잠길 만큼 냄비에 물을 붓고 10분 정도 삶으면 됩니다. 따뜻할 때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이밖에도 밥할 때 잡곡처럼 넣어서 드시거나, 멸치볶음 할 때 같이 볶아주셔도 좋습니다. 고소하게 볶아서 드시려면 우선 겉껍질을 까서 알땅콩으로 만든 뒤 기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넣고 약한 불에서 껍질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나무 주걱으로 저어가며 볶으면 됩니다.
피망_ 크기는 작지만 아삭아삭 싱싱한 피망입니다. 채소 볶음 요리를 하거나 샐러드를 만들 때 하나씩 썰어 넣으면 좋아요.
가지_ 곧 날씨가 확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서리가 내리면 가장 시들어 버리는 작물이 가지예요. 매년 10월 중하순 쯤 첫서리가 오곤 했으니까 올해 가지를 먹을 수 있는 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풋고추_ 여름에는 생으로 된장 찍어서 바로 먹는 풋고추가 제일 맛있었는데, 요즘엔 국물요리에 넣어 먹거나 따끈하게 고추전을 부쳐 먹는 게 유독 맛있네요. 이모저모 쓰임새 많은 풋고추, 추석 연휴 때 따지 않고 키워둔 덕에 이번 주엔 조금 넉넉히 보내드립니다.
쑥갓_ 튀김옷 얇게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쑥갓 튀김, 매운 고추 총총 썰어 넣고 끓인 얼큰한 어묵탕, 먹기 직전에 바로 무쳐 먹는 도토리묵 무침... 절대 쑥갓이 빠져선 안 될 요리들이지요. 물론 그냥 쌈으로 곁들여 먹어도 좋구요.
양파_ 물러지지 않고 단단하고 싱싱하게 보관된 양파들만 선별해서 보내드립니다.
대파_ 역시 대파는 조금 추위를 타야 제 맛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대파 맛이 더욱 실해진 느낌이네요. 대파는 지금까지 2주에 한 번 꼴로 보내드렸었는데요, 밭에 남아있는 분량이 넉넉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더 자주 보내드릴 예정이랍니다.
무_ 맵지 않아 생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는 가을무 보내드려요. 올해는 가을비가 적당히 내려준 덕에 질감도 억세지 않고 부드럽게 잘 자랐답니다.
애호박_ 요일에 따라서 애호박, 또는 당근으로 구성해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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