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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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6년~2021년

2016 백화골 다섯 번째 유기농 제철꾸러미, 오디잼

백화골 2016. 6. 11. 06:16


사다리를 버리고 아예 나무에 올라탑니다. 나뭇가지를 계단 삼아 조금씩, 조금씩 더 높이 올라갑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머리 위로 바로 하늘이 보입니다. 그제서야 어떻게 내려가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오디를 따는 손은 멈추지 않습니다. , 평소 땅만 보며 살던 농부를 나무 타는 원숭이로 만든 장본인, 바로 오디입니다.

 

틈만 나면 뽕나무로 달려가 오디를 딴 한 주였습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어느 틈엔가 익기 시작해 순식간에 까맣게 달리다가 곧 끝나버리기 때문에, 우물쭈물하다가는 오디를 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백화골 단골 품목으로 자리 잡은 오디잼도 만들 수가 없겠지요.


오디는 바로 따서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답니다. 하지만 쉽게 짓무르기 때문에 회원분들에게 생 오디를 보내드릴 수는 없지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오디잼입니다. 사실 오디가 열리는 철은 정말 바쁜 농번기라서 늘 갈등을 하곤 합니다. 올해는 그냥 생략하고 넘어갈까? 하지만 지금까지 회원분들이 보여주셨던 반응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백화골에선 올해도 야생 뽕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오디를 땄습니다.


 

이번 주 작은가족회원 기준 제철꾸러미 발송품목은 아욱, 양배추(또는 브로콜리), 완두콩, 케일, 콜라비, 비트, 오이, 봄무, 오디잼입니다. 쌀뜨물 받아 아욱 된장국 끓이고, 완두콩 꼬투리 까서 예쁜 연둣빛 완두콩밥 짓고, 콜라비와 오이는 생으로 고추장 찍어 드셔보세요


봄무로는 새콤달콤한 단무지 만들고, 비트로는 예쁜 분홍색 물김치 만들고, 케일은 올리브유에 버무려서 바삭하게 구워 먹으면 맛있지요. 1년에 한 번 맛보는 별미 오디잼은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서 먹어도 맛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섞어 먹는 방법인 것 같아요. 아니면 샐러드 소스에 살짝 섞어 넣어도 좋고요. 은은한 보랏빛이 배어나와 색도 참 고와진답니다.


 

오늘은 오디잼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가끔 오디잼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다며 방법을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다음은 백화골표 오디잼 만드는 방법이에요.


1. 까맣게 잘 익은 오디를 한 알 한 알 골라 땁니다. 나무를 흔들어 터는 방법도 있지만, 불순물들도 같이 떨어져 오디에 붙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다듬어 골라내는 게 시간이 더 걸리더라고요. 한 알 한 알 오디를 따노라면 작은 바구니 하나 채우는 데도 아주 긴 시간이 걸리지요. 그냥 인내심을 가질 수밖에요.


2. 작은 나뭇가지나 나뭇잎, 벌레, 하얗게 병든 오디 등 불순물들을 골라낸 뒤 흐르는 물에 한 번 재빠르게 씻어냅니다. 너무 오래 씻으면 맛있는 과즙이 다 씻겨나가니까 씻는 과정은 짧게 끝내는 게 좋아요. 오디 꼭지를 따내야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도 계신데, 일일이 꼭지를 딸 필요는 없답니다.


3. 물기 뺀 오디를 넉넉한 크기의 냄비에 넣고 센 불로 끓이기 시작합니다.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주걱으로 휘저어가며 큰 오디 열매는 으깨주기도 합니다. 믹서기로 오디를 갈아서 잼을 만드는 분도 계시던데, 저희는 열매가 알알이 씹히는 오디잼을 선호하는 터라 갈지 않고 그냥 끓인답니다. 주걱으로 조금 으깨주는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4. 오디에서 김이 나고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넣습니다. 이때 이왕이면 유기농 설탕을 쓰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효소나 잼을 자주 만들다 보니, 정제하지 않은 유기농 설탕과 일반 백설탕은 정말 맛이 다르더라고요. 저희는 25kg 단위로 파는 유기농 포대 설탕을 인터넷 쇼핑몰로 구매하곤 하는데, 이렇게 사면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양이 부담스럽다면 이웃과 공동구매해서 나눔 하셔도 좋을 듯해요. 잼 만들 때 설탕 양은 보통 11이 기본이지만, 저희는 보통 오디 1:설탕0.6~0.7 정도로 넣습니다.


5. 오디물과 설탕물이 나오면서 냄비에 물이 흥건하게 많아지면 더 이상 주걱으로 자주 저을 필요도 없어요. 지켜보다 가끔 한 번씩만 저어줘도 됩니다. 이렇게 가끔씩 저어가며 한 시간 정도 더 끓이는데, 오디 양이 많으면 더 오래, 양이 적으면 더 짧게 걸리니까 상태를 지켜보며 언제까지 끓일지를 결정합니다.


6. 오디물이 졸아들어 살짝 되직하니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미리 씻어서 소독해둔 유리병에 뜨거울 때 옮겨 담습니다. 유리병 소독은 끓는 물에 삶아도 되고, 전자레인지 젖병 소독 코스를 이용해도 됩니다. 오디잼을 담고, 뚜껑을 닫은 뒤 거꾸로 세워서 식혀주세요. 이렇게 하면 공기 압축으로 밀봉이 되거든요. 완전히 식은 뒤 다시 바로 세워주면 맛있는 오디잼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