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셨지요? 올해 백화골 첫 번째 유기농 제철꾸러미, 드디어 이번 주부터 발송 시작했습니다. 회원 가입하신 뒤 첫 발송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꽤 긴 까닭에,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발송 전에 자주 소식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마음만 앞섰지 그러지 못했습니다. 요즘 새벽부터 밤까지 농사일로 워낙에 바쁜 철이라서요. 특히 올해 처음으로 저희 회원이 되신 분들은 어떤 농산물들이 올까 많이 궁금하셨을 텐데, 이제야 소식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첫 발송 농산물 소개해 드리기 전에 자잘한 백화골 근황부터 전할게요. 얼마 전에 전국적으로 불어 닥쳤던 엄청난 강풍 기억하시지요? 농부들은 무서운 게 참 많습니다. 가뭄도 무섭고, 비도 무섭고, 서리도 무섭고 우박도 무섭고...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무서운 건 바람일 거예요. 워낙 피해가 크고 딱히 막을 길도 없으니까요. 강풍에 피해 없느냐고 안부 물어주신 회원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다행히 백화골엔 큰 피해 없었습니다. 예쁘게 자라던 노지 브로콜리 삼분의 일 정도가 뿌리 채 뽑혀 날아가긴 했지만, 워낙 여유 있게 심어서 뭐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최근 백화골에선 바람보다는 고라니 때문에 며칠 곤욕을 치뤘습니다. 전기 울타리를 뛰어 넘어 밭에 들어와 난장판을 치고 가는 고라니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울타리를 덧세웠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보이는 고라니 발자국! 고라니 높이뛰기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면 금메달을 따고도 남을 놈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높이를 점프해서 기어코 밭에 들어오는 고라니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숨바꼭질 중입니다. 저녁때면 어김없이 근처에서 고라니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혹시 고라니 울음소리가 궁금하다면 백화골로 놀러 오시면 들을 수 있어요.^^
첫 발송 농산물들을 모아놓은 사진입니다. 두릅, 배추, 상추와 쌈채소, 머윗대, 시금치, 말린 산고사리, 무시래기(또는 말린 호박), 곰취, 생땅콩입니다. 품목은 작은가족회원 기준입니다.
올해는 날씨가 다른 해보다 유난히 따뜻해 머윗잎이 너무 많이 피어버렸어요. 그래서 뻣뻣한 잎은 떼어내고 머윗대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살짝 데쳐서 껍질 벗기고 기름에 볶아 먹으면 쌉싸레한 맛이 별미인 산나물이지요. 1년에 딱 한 번 보내드리는 것이니까 쓴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 한 번쯤 머윗대 요리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두릅은 근처 산에서 채취한 땅두릅이에요.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제일 맛있고, 조금 색다르게 드시고 싶다면 튀김옷 입혀서 튀겨 먹어도 좋습니다.
무시래기는 작년에 수확한 무청을 그늘에 말려둔 것인데, 작년 늦가을 날씨가 뭔가 말리기에 워낙 좋지 않았던 터라 손실분이 많아 모든 회원분들께 보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무시래기를 받지 못하시는 분에게는 역시 작년에 수확해 말려둔 호박말림으로 대체해서 보내드립니다. 무시래기는 물에 한나절에 정도 담가놓았다가 오랫동안 팔팔 끓여 부드럽게 만든 다음 된장국에 넣거나 볶으면 되고요, 호박말림 역시 한나절 물에 담가 두었다가 물기를 꼭 짜낸 다음 들기름, 다진 마늘, 집간장 넣고 무쳐서 볶아서 드시면 됩니다. 말린 채소는 생채소와는 또 다른 나름의 맛이 있어 요리하는 재미가 있지요.
올해 처음으로 보내드리는 곰취는 백화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유기농 농가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향이 정말 좋은 귀한 나물이지요. 생으로 쌈채소로 드시는 게 가장 좋고요, 된장국에 썰어 넣거나 데쳐서 무쳐 먹어도 좋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기에 문득 부침개 생각이 나서 곰취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곰취는 향이 워낙 강해 다른 채소나 양념을 넣을 필요도 별로 없습니다. 밀가루를 풀어 묽은 반죽을 만들고, 소금 간을 한 다음, 곰취를 잘게 썰어 넣어 기름 넉넉히 두른 팬에 부치면 끝! 아주 간단한 요리지만 맛있습니다. 그리고 요리는 간단할수록 좋다는 게 백화골 시골 요리사의 생각이고요.^^ 뭔가 허전하다면 막걸리 한 잔 곁들여주세요~
택배 요일에 따라 이미 저희 첫 꾸러미 농산물들을 받으신 분도 있고, 앞으로 받으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희 농산물에 대해서나 백화골에 대해서 더 궁금한 점 있으신 분은 댓글이나 문자메시지로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세요. 그럼 앞으로 여섯 달 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농산물들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회원분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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