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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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가을 작물 심으며 추석을 맞다!

백화골 2013. 9. 14. 13:03


다른 지역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장수에는 비가 적당히 내립니다. 추석 연휴 동안 택배 발송이 안 되어 추석 방학에 들어간 이후 백화골 농부들은 1주일 동안 쉼없이 달렸습니다. 날씨가 흐리고 가랑비가 내려서 매일 비 맞으며 일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가을 작물 심느라 바빴습니다. 집앞에서 보이는 남덕유산 풍경이 나날이 새롭고 멋지게 펼쳐집니다. 밭 주변 나무 색도 조금씩 변해갑니다. 초록빛이 점점 짙어지면서 이제 곧 노란 빛깔로 변할 것 같아요. 계절이 바뀌는 숲 속에서 일하는 하루하루가 또 금세 지나갑니다.

 

 

추석이 아직 1주일이나 남았는데 농촌은 벌써 추석이 시작되었습니다. 사과 농사짓는 농부들은 며칠전에 사과 수확을 다 끝냈고, 마을마다 벌초하랴 거리 청소하랴 분주했습니다. 올해 농촌의 추석은 영 기운이 나질 않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농촌에 큰 재앙을 몰고올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2015년부터 쌀 수입을 전면개방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게다가 농산물 값은 대부분 폭락했는데 날씨 때문에 수확양이 적어서 가격이 오른 몇 가지 농작물만 부각시키며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상한 뉴스만 보수언론에서 계속 내보냅니다. 올해 감자, 마늘, 고추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아직도 봄 감자 땅 속에 그대로 둔 농부들 많습니다. 이래저래 어려운 농촌, 추석입니다.

 


우선 집 앞에 있는 호두나무부터 털었습니다. 작년에는 태풍으로 거의 수확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꽤 많은 호두가 달렸습니다. 저희가 장기 임대한 밭가에 심어져 있는 호두나무인데 땅주인 할아버지께서 “호두는 자네가 수확해 드시게”해서 사다리 놓고 수확했습니다.

 


여름 상추와 둥근 호박, 오이가 자라던 비닐하우스를 정리합니다. 올해 폭염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여름 농사는 대체적으로 잘 되었습니다. 꽃대가 올라온 상추, 잎이 말라가는 오이를 싹 정리했습니다. 살짝 땀이 흐르는 날씨입니다.

 

 

정리한 밭에 열무와 빨간무, 상추, 작은 배추를 심었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가 계속된다면 금세 잘 자랄겁니다.

 


노지밭에도 순무, 알타리무, 시래기무, 생채, 컵로메인 상추, 쌈배추, 로메인 상추 등을 심었습니다. 지금 막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어서 금세 활착하고 10월에 멋지게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호밀 멀칭법을 실험해보았습니다. 유기농에서는 풀 잡는 게 제일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는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하다 몇 년 동안 골과 골 사이에 부직포를 대서 풀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부직포 깔고 걷는 것이 참 힘이 듭니다. 올해는 골과 골 사이에 호밀을 심으면 풀이 안 자란다는 호밀 멀칭법을 노지밭에 적용해보았습니다. 일단 호밀을 뿌리고 조금 자란 후에 옆으로 눕히는 일은 쉬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가 어렵고 금세 또 풀이 자라서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는 않네요. 사진 속처럼 온통 노지밭이 풀 투성이입니다. 그래도 올해 새롭게 안 사실은요. 어느 정도까지는 풀이 자라도 그럭저럭 농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말 밭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부직포도 잘 대고 풀도 열심히 뽑았었거든요. 아무튼 내년부터는 다시 부직포로 풀을 잡을 계획입니다.

 


올해 날씨가 고추류 자라기에 좋았나봅니다. 고추, 피망, 파프리카 등이 정말 잘 자랍니다. 키가 어찌나 쑥쑥 커나가는 지 줄 잡아주는 것도 힘이 드네요. 올해 하도 더워서 나방도 활동을 덜했는지 청벌레 피해도 적었습니다.

 


가지도 농사가 잘 됩니다. 가지는 노린재와 28점 무당 벌레가 자국을 내 놓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는데요. 이 벌레들도 올해는 유독 적었습니다. 손으로 잡아도 괜찮을 만큼요. 오랜만에 반듯하고 깨끗한 가지를 여유있게 발송할 수 있어 좋네요.

 


꽂아만 놔도 잘 자라는 작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단호박, 야콘, 고구마 등이 그런데요, 야콘은 유독 유기농으로 키우기 쉬운 작물입니다. 올해는 정말 그냥 꽂아만 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요, 풀 속에서도 야콘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빌이 심어주고 아스카가 풀을 뽑아준 당근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습니다. 2주 정도 후 수확 예정입니다. 

 

 

토비와 준상이 심어준 배추와 가을 작물도 잘 자랍니다. 8월 10일에 심어서 폭염 속에서 뿌리 내리게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렇게 잘 자라주니 보람이 있네요.

 

 

가을무는 8월 중순에 심는데 이 때가 더워서 발아가 잘 안 됩니다. 올해는 매일 매일 스프링쿨러를 달고 살았더니 싹이 잘 나왔네요. 

 

노지에서는 브로콜리가 한결 키우기 어렵습니다. 잘 자랐다 싶을 때 큰 바람이라도 불면 줄기가 톡 부러져 버리거든요.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아직까지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바람이나 벌레 피해를 예상해서 여유 있게 심었는데 아직은 피해가 없어서 수확량이 예상보다 많겠습니다.

 

 

이밖에 양상추, 콜라비, 컬리플라워도 노지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요즘 농사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기상청 일기예보가 잘 안 맞는다는 겁니다. 불과 몇 시간 이후의 일기예보도 거의 매일 틀립니다. 그래도 올해는 태풍이 안 와서 참 다행인데 기상청에서 9월에 아주 큰 태풍 하나가 한반도를 지나갈 것이라고 예보를 했습니다. 이 예보도 어긋나기를 바랄뿐입니다. 태풍도 없고 큰 비도 없는 한가위, 올해 추석 모든 사람들이 보름달 보면서 더 행복해지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