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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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1년~2013년

백화골푸른밥상 여섯째주 유기농 제철꾸러미

백화골 2013. 6. 11. 07:17

 

계절이 확확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여름처럼 낮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고, 더위에 약한 식물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꽃대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백화골의 밭들도 계절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꾸러미를 받는 가족회원 분들도 상자 속 채소들을 통해 계절의 흐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갈이 배추_ 배추는 추워야 속이 차는 식물이랍니다. 날은 덥고, 배추 겉절이랑 배추 된장국은 먹고 싶고... 이럴 때 딱 좋은 게 바로 얼갈이 배추지요. 비록 속은 차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여름 배추 역할을 쏠쏠히 해낸답니다.

 

배추에 벌레 구멍이 많다고요? , 배추가 원래 벌레를 많이 타는 채소인데, 벌레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에는 더욱 벌레의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유기농 방제법에 따라 여러 번 방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벌레 구멍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유기농 채소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렇게 벌레 흔적 있는 채소들이 좀 꺼림직 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조금 지나면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오히려 나중에는 벌레 구멍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채소가 더 꺼림직 하게 느껴지실 지도 몰라요. ^^

 

봄무_가을무처럼 생으로 드시지 마세요! 봄에 심어 여름에 거두는 봄무는 가을무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나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많이 맵답니다. 국물을 낼 때 사용하거나 단무지를 만들어 먹는데요, 집에서 만드는 단무지에 한 번 도전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작년에도 봄무와 함께 단무지 만드는 법을 적어서 보내드렸더니, 한 회원분이 별 모양의 재미있는 단무지를 만들어 사진 찍어 보내주셨던 게 기억나네요. 단무지 만드는 법은 안내장에 자세히 적어 보내드리니 참고해주세요 

 

 

오이_ “, 기다리던 오이인데 달랑 한 개라니!”라고 아쉬워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이 수확은 이제부터 시작이랍니다. 앞으로 더 많이, 그리고 꾸준히 오이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유기농 오이인데 껍질 벗겨서 먹으면 너무 아까운 거 아시죠? 부드러운 오이 속살에만 익숙한 분이더라도, 물에 슬쩍 한 번 씻어 껍질 채 아삭아삭 먹는 오이 맛에 조금씩 입맛을 길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찰보리_ 올해는 이런저런 잡곡들을 조금씩이나마 보내드리게 되어 참 좋네요. 채소도, 밥도 조금은 거칠게, 다양하게 드시는 게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고소한 찰보리, 밥할 때 조금씩 섞어서 드세요.

 

 

브로콜리_ 지난번에 보내드렸던 건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고요, 이번에 보내드리는 브로콜리는 노지에서 키운 것이랍니다.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지요? 알고 보면 참 불쌍하게 큰 놈들이에요. 유난히 추위가 심했던 올 봄, 여린 어린잎 위로 눈과 얼음이 몇 번이나 쏟아졌는지 모른답니다. 하도 심한 냉해를 입어 그냥 죽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며 작은 꽃송이나마 이렇게 피워 올렸어요. 그러니 작다고 구박 마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시길 부탁드려요. ^^;;

 

상추와 케일_ 지난주보다 보내드리는 양이 조금 줄어들었고요, 아마도 다음 주에는 더 줄어들 게 될 것 같아요. , 혹시 상추가 축 늘어져서 도착했다면 차가운 물에 조금 담가놓아 보세요. 한결 싱싱하게 살아난답니다.

 

양상추_ 양상추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키워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양상추 샐러드 맛있게 만드는 법! 굉장히 간단한 건데, 바로 물기를 잘 빼야 한다는 거예요. 오골오골한 양상추 잎에 고인 물기를 충분히 빼지 않으면 맹맹한 맛이 나기 때문에 고소한 양상추 샐러드의 참맛을 즐길 수가 없거든요. 또 적당한 크기로 자를 때 칼을 대는 대신 손으로 죽죽 찢어주는 것이 좋답니다.

 

 

생채_ 생채는 올해 처음으로 재배해본 건데요, 잎이 부드러우면서도 로메인처럼 단맛이 나는 샐러드용 채소랍니다. 상추와 양상추의 중간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마침 이번 주에 상추, 양상추, 생채가 모두 가니까 각각의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Special thanks to...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백화골에 두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1년 중 가장 바쁜 5~6월이 되자 헤드랜턴을 쓰고 하루 15시간씩 일을 했지만 도무지 일이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만 하던 그들에게 어느 날 이메일이 도착했어요. ‘...We are hard workers and are fast learner...’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우프 신청 메일이었어요. 반갑긴 했지만 별로 믿기진 않았어요. 일 잘 한다고 큰소리치는 사람 치고 정말 일 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드디어 기다리던 싱가포르 우퍼들이 왔어요. 군대를 막 졸업한(싱가포르는 한국과 똑같은 징병제였어요) 24살과 25살의 건장한 청년들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정말 하드 워커들이었어요! 군대에서 주로 한 일이 삽질하기였대요(이것도 한국과 비슷해요). 그들에겐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어요. 6명의 친구들이 같이 한국 여행을 왔는데, 남녀커플 4명은 다른 농장으로 우핑을 하러 가고, 나머지 두 사람만 백화골로 온 거였어요. 그들은 낙오된 솔로부대의 울분을 농사일로 승화시켰어요. 순식간에 토마토 밭을 만들고, 심고, 풀로 무성하던 땅콩밭과 감자밭을 말끔하게 정리해주었어요.

 

 

갑자기 일이 확 정리된 농부들은 우퍼들과 함께 마침 근처 무주에서 열리고 있던 반딧불이 축제도 다녀올 수 있었어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면서 지난 9년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반딧불이 축제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백화골 농부들과 싱가포르 우퍼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우퍼들, 유샨과 엉,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