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확확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여름처럼 낮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고, 더위에 약한 식물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꽃대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백화골의 밭들도 계절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꾸러미를 받는 가족회원 분들도 상자 속 채소들을 통해 계절의 흐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갈이 배추_ 배추는 추워야 속이 차는 식물이랍니다. 날은 덥고, 배추 겉절이랑 배추 된장국은 먹고 싶고... 이럴 때 딱 좋은 게 바로 얼갈이 배추지요. 비록 속은 차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여름 배추 역할을 쏠쏠히 해낸답니다.
배추에 벌레 구멍이 많다고요? 네, 배추가 원래 벌레를 많이 타는 채소인데, 벌레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에는 더욱 벌레의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유기농 방제법에 따라 여러 번 방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벌레 구멍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유기농 채소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렇게 벌레 흔적 있는 채소들이 좀 꺼림직 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조금 지나면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오히려 나중에는 벌레 구멍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채소가 더 꺼림직 하게 느껴지실 지도 몰라요. ^^
봄무_가을무처럼 생으로 드시지 마세요! 봄에 심어 여름에 거두는 봄무는 가을무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나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많이 맵답니다. 국물을 낼 때 사용하거나 단무지를 만들어 먹는데요, 집에서 만드는 단무지에 한 번 도전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작년에도 봄무와 함께 단무지 만드는 법을 적어서 보내드렸더니, 한 회원분이 별 모양의 재미있는 단무지를 만들어 사진 찍어 보내주셨던 게 기억나네요. 단무지 만드는 법은 안내장에 자세히 적어 보내드리니 참고해주세요.
오이_ “아, 기다리던 오이인데 달랑 한 개라니!”라고 아쉬워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이 수확은 이제부터 시작이랍니다. 앞으로 더 많이, 그리고 꾸준히 오이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유기농 오이인데 껍질 벗겨서 먹으면 너무 아까운 거 아시죠? 부드러운 오이 속살에만 익숙한 분이더라도, 물에 슬쩍 한 번 씻어 껍질 채 아삭아삭 먹는 오이 맛에 조금씩 입맛을 길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찰보리_ 올해는 이런저런 잡곡들을 조금씩이나마 보내드리게 되어 참 좋네요. 채소도, 밥도 조금은 거칠게, 다양하게 드시는 게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고소한 찰보리, 밥할 때 조금씩 섞어서 드세요.
브로콜리_ 지난번에 보내드렸던 건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고요, 이번에 보내드리는 브로콜리는 노지에서 키운 것이랍니다.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지요? 알고 보면 참 불쌍하게 큰 놈들이에요. 유난히 추위가 심했던 올 봄, 여린 어린잎 위로 눈과 얼음이 몇 번이나 쏟아졌는지 모른답니다. 하도 심한 냉해를 입어 그냥 죽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며 작은 꽃송이나마 이렇게 피워 올렸어요. 그러니 작다고 구박 마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시길 부탁드려요. ^^;;
상추와 케일_ 지난주보다 보내드리는 양이 조금 줄어들었고요, 아마도 다음 주에는 더 줄어들 게 될 것 같아요. 참, 혹시 상추가 축 늘어져서 도착했다면 차가운 물에 조금 담가놓아 보세요. 한결 싱싱하게 살아난답니다.
양상추_ 양상추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키워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양상추 샐러드 맛있게 만드는 법! 굉장히 간단한 건데, 바로 물기를 잘 빼야 한다는 거예요. 오골오골한 양상추 잎에 고인 물기를 충분히 빼지 않으면 맹맹한 맛이 나기 때문에 고소한 양상추 샐러드의 참맛을 즐길 수가 없거든요. 또 적당한 크기로 자를 때 칼을 대는 대신 손으로 죽죽 찢어주는 것이 좋답니다.
생채_ 생채는 올해 처음으로 재배해본 건데요, 잎이 부드러우면서도 로메인처럼 단맛이 나는 샐러드용 채소랍니다. 상추와 양상추의 중간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마침 이번 주에 상추, 양상추, 생채가 모두 가니까 각각의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Special thanks to...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백화골에 두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1년 중 가장 바쁜 5~6월이 되자 헤드랜턴을 쓰고 하루 15시간씩 일을 했지만 도무지 일이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만 하던 그들에게 어느 날 이메일이 도착했어요. ‘...We are hard workers and are fast learner...’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우프 신청 메일이었어요. 반갑긴 했지만 별로 믿기진 않았어요. 일 잘 한다고 큰소리치는 사람 치고 정말 일 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드디어 기다리던 싱가포르 우퍼들이 왔어요. 군대를 막 졸업한(싱가포르는 한국과 똑같은 징병제였어요) 24살과 25살의 건장한 청년들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정말 ‘하드 워커’들이었어요! 군대에서 주로 한 일이 삽질하기였대요(이것도 한국과 비슷해요). 그들에겐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어요. 6명의 친구들이 같이 한국 여행을 왔는데, 남녀커플 4명은 다른 농장으로 우핑을 하러 가고, 나머지 두 사람만 백화골로 온 거였어요. 그들은 낙오된 솔로부대의 울분을 농사일로 승화시켰어요. 순식간에 토마토 밭을 만들고, 심고, 풀로 무성하던 땅콩밭과 감자밭을 말끔하게 정리해주었어요.
갑자기 일이 확 정리된 농부들은 우퍼들과 함께 마침 근처 무주에서 열리고 있던 반딧불이 축제도 다녀올 수 있었어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면서 지난 9년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반딧불이 축제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백화골 농부들과 싱가포르 우퍼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끝!”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우퍼들, 유샨과 엉,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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