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엔 아직도 영하의 기온이지만 한낮엔 따뜻한 봄날입니다. 일하다 툇마루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나른한 봄날의 한때를 즐겨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일도 점점 많아집니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유용미생물 배포를 시작했네요.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수, 금요일에 무료로 농민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잘 활용하면 농사짓는 데 도움이 됩니다. 퇴비 넣고 밭 만들 때 뿌리려고 유용 미생물 두 통을 받아왔습니다.
노지에 심을 씨감자를 썰었습니다. 하얀 감자 다섯 상자와 자주 감자 한 상자, 총 여섯 상자를 썰려니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끓는 물에 소독한 칼로 씨눈을 보아가며 감자 한 개를 세 조각이나 네 조각으로 자릅니다. 자른 단면에 재를 묻힌 다음 그늘지고 시원한 골방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2주 정도 후에 노지 밭에 심을 예정입니다.
씨감자를 막 썰고 하우스에 내려갔더니, 2월 20일에 심었던 감자 싹이 올라와 있네요. 나올 때가 됐는데 언제쯤 나오려나 목 빼고 기다리던 감자싹이라 너무너무 반가웠습니다.
장수군 농민회 회원들과 함께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 농민단체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아래와 같이 주장했습니다.
- 농민생존권 위협하는 한중 FTA 즉각 중단하라!
- 무차별적인 농축산물 수입중단하고 축산농가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
- 대기업의 농업진출 저지하고 동부 팜을 규탄한다.
-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하라!
장수군 농민회를 비롯하여 전북의 농민단체 회원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특히 동부그룹이 대규모 첨단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 농사를 시작한 것을 규탄했습니다. 동부그룹은 최근 몇 년간 씨앗회사, 천적회사, 농산물 공판장 등 문어발식으로 농업 관련 회사들을 합병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직접 농사에까지 뛰어든 것입니다. 앞으로 새만금에 100만평의 복합영농단지를 더 만들어서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는데, 가족농 중심의 한국 농촌이 초토화될 것은 뻔한 결말입니다.
농사라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일이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윤추구를 위한 대기업의 농사를 법으로 규제한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을 장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농업에까지 직접 손을 댄다니 걱정입니다. 농촌에서는 벌써부터 동부그룹 불매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기자회견장에 다녀왔더니 아내가 하우스 안에 배추와 브로콜리, 양배추 등을 다 심어놓았네요. 원래 3월10일 정식 예정이었는데 며칠 추위 때문에 5일 정도 미뤄서 심었습니다. 밭에 심어 놓으니 모종들이 더 예뻐 보입니다. 보온 때문에 이중터널을 설치하고 비닐을 덮어주었습니다.
두 번째 하우스에 작물이 들어간 것을 기념하여 막걸리를 한잔했습니다. 역시 봄날 마시는 막걸리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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