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따뜻하고 예쁜 봄날입니다.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이 밭 저 밭을 다니며 봄철 농사일을 했습니다. 농부들은 이럴 때가 제일 신나는 것 같아요. 겨우내 추워서 일을 못하다가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밭일을 하게 될 때, 뭔가 사는 것 같고 설레입니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해서 이제 슬슬 노지에 들어갈 작물을 파종했습니다. 작년에 4월19일 쯤 노지밭에 양배추, 브로콜리를 심었는데 작황이 좋았거든요. 늦서리를 맞아도 추위에 강한 작물이라 잘 살더군요. 올해는 일기예보를 살펴가면서 4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노지에 심어보려구요. 조금이라도 추울 때 심는 게 병충해도 덜 타고 빨리 수확할 수 있어서 좋답니다. 양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쌈배추, 샐러리, 피망, 컵로메인 등의 씨앗을 넣었습니다.
파종을 끝내고 남해에 있는 독일 마을에 다녀왔어요. 얼마 전에 후배 가족이 남해 독일 마을로 귀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남편은 아직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만 집에 오고 있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완전히 이사해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작물들 당도 조절에 좋은 천연 미네랄 성분이 듬뿍 담긴 바닷물도 떠올 겸, 후배네 집도 구경할 겸 남해 나들이 길에 나섰습니다.
깨끗한 바닷가를 찾아 차를 댄 후 한참을 걸어 들어가 물을 떴습니다. 올해는 바닷물, 달걀 껍질과 동물 뼈를 식초에 우려낸 난각 칼슘과 골분 칼슘, 유용 미생물 등으로 토마토와 고추, 배추 등을 더 맛있게 키우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독일 마을 가는 길. 남해군 곳곳에 예쁘게 동백꽃이 피어 있네요. 장수에선 아직 꽃구경 하려면 멀었는데, 봄꽃을 보니 무척 반갑더군요. 독일 마을에 도착하니 요즘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후배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며 환영해주네요.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 동안 괜히 술로 허비하는 대신 뭐 하나라도 배우려고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펜션 운영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테구요. 주말 부부라 힘들 텐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후배가 멋있게 보이네요.
독일 마을은 널리 알려진 대로, 예전 박정희 독재 시대에 독일에 가서 간호사나 광부 등의 일을 하며 고생하시던 분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집단으로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하네요. 독일에서 공수한 건축 자재며, 식기, 음식 재료 등으로 몇몇 집이 펜션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유명해지면서 우후죽순으로 펜션이 들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합니다. 일종의 귀촌자 마을인 셈인데,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다 그렇듯 이곳도 이런저런 갈등과 문제점들이 많더군요. 저희가 지난 마을에서 겪었던 우여곡절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저녁 먹고 가라는 후배의 청을 뿌리치고 일찌감치 장수로 돌아왔습니다. 추위에 떨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모종들 때문에 요즘엔 어디 늦게 나다니지도 못한답니다.
오늘 원래 계획대로라면 봄배추를 비닐하우스에 심을 예정이었습니다. 며칠 날씨가 확 풀려서 열심히 밭을 만들었구요. 하지만 내일 아침 예상 기온이 영하 7도. 모레는 영하 4도라고 하여 2, 3일 미뤘습니다. 꽃샘추위 없는 따뜻한 날들이 이어지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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