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전주에 다녀오던 길입니다. 오후 늦게 출발했던 길이라, 볼일 마치고 장수로 돌아오려니 벌써 깜깜한 저녁이 되었습니다. 전주 시내를 채 빠져나오기 전, 사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췄습니다. 우리 차 앞에는 빈 택시 한 대가 신호대기하고 서 있었고요. 택시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실내등을 켭니다. 깜깜한 저녁이라 실내등을 켠 차 안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기사분이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치더니 무슨 종이쪽 하나를 실내등 밑에 바짝 갖다 대고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아, 어디서 많이 봤던 더 종이쪽! 다름 아닌 로또 영수증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 라디오에서 이 주의 로또 당첨번호를 발표했었나 봅니다. 로또 번호를 맞춰보는 아저씨의 표정이 진지함을 넘어 너무나 엄숙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