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도 횡성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어느 날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저희가 오는 날짜에 맞춰 청국장을 띄워놓겠다고 하십니다. 콩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은 종종 손수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띄우곤 하시는데, 아시다시피 청국장은 짧게 발효시켜서 바로 먹는 음식이라 날짜에 맞춰 만들어 놓겠다고 하신 것이지요. “이걸 어쩌냐. 얼마 전에 띄웠을 때는 아주 기막히게 떴었는데 이번엔 잘 안 띄워졌네. 너도 주고 이모도 주고 언니도 주려고 잔뜩 만들어놨는데 잘 안 떴으니 그냥 니가 다 가져가서 먹어라.” 이렇게 해서 갑자기 커다란 김치통 하나 가득 청국장이 생겼습니다. 한 번 먹을 분량만큼 비닐팩에 넣어 냉동실에 꽉꽉 채워 넣고 난 뒤에도 김치통엔 청국장이 반도 훨씬 넘게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