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라서 쇼핑 생활이 무조건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시골에는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쇼핑의 즐거움’이 존재한다. 도시에선 맛보기 힘든.귀농해서 처음 장수에 내려왔을 때다.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농기구들을 사느라 철물점이니 농약사니 농자재창고 같은 상점에 자주 갔었는데, “OO 주세요.”하면 100이면 100 되묻는 말이 “어디서 왔어요?”였다. 손바닥처럼 빤한 동네다 보니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은 일단 경계대상이 되는 것이다.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 이 지역 사람이 아닌 걸로 판명하면 부르는 가격도 조금씩 높아진다. 귀농 4년차로 접어든 지금은 철물점이나 농약사 등의 단골상점에 ‘형님’들이 여럿 생겼다. 일단 믿을 수 있을 만한 지역 사람으로 인정받고 나면, 단순한 상점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