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비가 안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오는 날씨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매일 해가 쨍쨍 뜬다. 가랑비가 잠시 내리다가도 금세 그친다. 다음날 오후부터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이 지역에선 서리가 일찍 내린다. 10월 중순부터는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추위에 약한 고구마나 야콘 같은 식물은 서리를 맞으면 장기 저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리 내리기 전에 반드시 캐야 한다. 요즘 1주일 넘게 고구마를 캐고 있다. 땅이 쩍쩍 갈라져 있다. 고구마 순도 말라 비틀어버릴 지경. 이 메마른 땅을 힘겹게 헤집으며 고구마를 캔다. 일손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연락을 해 봐도, 지금은 ‘단풍놀이철’이라 농촌에 와서 일 도와줄 사람을 찾기 힘들다. 땅이 마르면 고구마는 점점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