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글 쓰던 선비들에게 문방사우(붓, 벼루, 먹 등)가 있었듯이, 바느질 하던 여인들에게 규방칠우(바늘, 골무, 자 등)가 있었듯이, 농삿꾼에게도 늘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벗이 있다. 몇 백,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농기계들이 농촌을 주름잡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 벗들 없이는 하루도 농사일을 제대로 꾸려가기가 어렵다. 호미, 낫, 괭이, 삽... 볼품없어 보이는 단순한 농기구지만 손 때 묻도록 오래 쓰다보면 어느 새 정이 든다. 누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거나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속상하다. ‘문방사우’, ‘규방칠우’ 할 때 왜 한낱 물건에다가 ‘벗 우’자를 썼는지 마음으로 이해가 간다. 삽. 농기구들 중에서도 제일 일 많이 하는 믿음직한 대장이다(그동안 돌덩이 같은 땅 파다가 삽자루가 부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