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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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6년~2021년

2016 백화골 스물네 번째 유기농 제철꾸러미, 생강젤리와 생강빵

백화골 2016. 11. 3. 07:45

천천히 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시간은 또 훌쩍 지나가 있네요. 이번 주 드디어 스물네 번째, 올해 마지막 유기농 제철꾸러미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11월 들어서면서 쨍 하고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추위에 약한 몇몇 노지 채소들이 죽어버리긴 했지만,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기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올해 마지막 발송인만큼 하나라도 더 챙겨 보내드리기 위해 약간 덜 자란 채소들까지 다 수확해 보내드리고 있어요. 채소들 크기가 좀 작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 작은가족회원분께 보내드린 채소들입니다. 서리 맞고 맛 제대로 든 양배추, 고소한 햇 참기름, 뜨거운 냄비요리에 넣어 먹기 좋은 청경채, 이제 막 피어 올라오기 시작한 여린 브로콜리, 갓 수확한 흙생강, 밭 정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훑어 딴 막바지 고추, 씁쓸한 맛으로 먹는 레드치커리, 덤으로 구성한 자주감자 등입니다. 품목은 요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마지막 주 요리로 무엇을 소개해드릴까 생각하다가 생강 요리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생강은 김장 배추를 제외하면 1년 중 제일 늦게 수확하는 채소이기 때문에 생강, 하면 늘 초겨울 추위가 자동적으로 떠오릅니다. 두툼한 겨울 작업복을 입고서도 늘 벌벌 떨면서 생강 수확을 하곤 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추위에 떨며 수확한 생강은 몸을 따숩게 덥혀주는 핫팩 같은 채소이기도 합니다. 으슬으슬 한기 돌 때 주전자에 생강, 대추, 계피를 넣고 팔팔 끓여 마시면 어느새 감기 기운 뚝! 신선한 생강을 편 썰어 설탕과 함께 유리병에 차곡차곡 재어두면 겨우내 든든한 생강꿀차가 되고요, 바싹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놓으면 1년 내내 요모조모 쓸모가 많지요. 생강 조각 하나로 일주일 내내 각종 볶음 요리며 국물 요리가 훨씬 깊이 있어지기도 하고요.

생강은 단 맛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설탕과 버무려 생강 편강을 만들기도 합니다. 생강 편강도 참 맛있긴 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작정하고 덤벼들지 않으면 잘 만들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생강 젤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깨끗이 씻고 껍질을 다듬어낸 생강을 채칼로 얇게 편 썰어줍니다. 편 썬 생강을 냄비에 넣고 물을 살짝 잠길 만큼 조금만 부은 다음 팔팔 끓여줍니다. 10분 정도 지나 물이 어느 정도 졸아들었다 싶으면 꿀이나 올리고당, 설탕 등을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졸여줍니다. 생강이 젤리 같은 상태가 되면 완성입니다.

 


생강 젤리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빵을 만들 때 이용해도 좋답니다. 통밀가루, 쪄서 으깬 호박고구마, 설탕, 식용유, 베이킹 파우더, 계피가루, 우유, 달걀을 한 데 넣고 약간 질척한 상태가 될 때까지 잘 섞습니다. 생강 젤리를 넣을 거라 설탕은 숟가락 하나 정도로 아주 조금만 넣었습니다. 식용유도 반죽에 윤기가 돌 정도로만 살짝 넣어주었고요. 빵틀에 반죽을 반만 부은 뒤 생강 젤리를 고루 넣고 나머지 반죽을 붓습니다. 반죽 위에 생강 젤리를 또 듬뿍 올려준 뒤 예열한 오븐에서 18040분간 구워줍니다. 오븐에서 꺼낸 생강빵은 10분 정도 식혀주었다가 따뜻한 차와 함께 냠냠 맛있게 먹습니다.


 

이번 주 블로그 글을 끝으로 백화골 농부들은 내년 봄이 올 때까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 해도 매주 백화골 채소와 함께 해주신 회원분들 덕분에, 그리고 농장 일을 도와준 세계 각국의 자원봉사 친구들 덕분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조용하게 지나간 듯 하지만, 차근차근 돌이켜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벌여졌던 소란스럽고 재미있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를 받아보셨던 회원분들 중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전하고 싶은 의견이 있으신 분은 부담없이 저희에게 꼭 말씀해주세요. 듣고 싶습니다.

 

내년 2017년 꾸러미 회원 모집은 43일 무렵 블로그를 통해 시작할 예정입니다. 회원모집 시기에 맞춰 안내 문자 받기 원하시는 분은 비밀댓글로 휴대전화번호 남겨주세요. 내년 회원모집 시작할 때 꼭 문자메시지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겨울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