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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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농부의 요리 2. 무말랭이 차

백화골 2016. 3. 10. 09:43


날이 좀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매섭게 추워졌습니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면 자꾸만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납니다. 커피나 홍차는 카페인 때문에 하루 한 잔 이상 마시기 힘들기 때문에 녹차나 작년에 만들어 둔 허브티들을 주로 마시는데, 오늘은 좀 색다른 차를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냉동실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무말랭이를 꺼냅니다.


1. 작년 가을, 햇볕에 잘 말려둔 무말랭이를 꺼냅니다. 햇볕에 자연 건조한 무말랭이는 건조기에 말린 것처럼 깨끗한 흰색이 아니라 누릇누릇한 빛이 납니다. 겉보기엔 깔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햇빛에 말린 채소가 우리 몸엔 훨씬 더 좋다지요. 



2. 무말랭이를 솥이나 팬에 넣고 약한 불에 깨 볶듯이 저어가며 볶습니다. 물론 기름이나 물은 전혀 넣지 않고요. 깨 볶는 팬은 집에 하나쯤 따로 두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 두른 요리를 한 팬에서는 가열하면 조금씩 기름이 배어나올 수 있거든요. 기름 안 쓰는 팬을 따로 두고 깨 볶을 때나 땅콩 볶을 때, 또는 이렇게 차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답니다.



3. 약한 불에서 10분 쯤 뒤적뒤적 볶아주었더니 이렇게 갈색빛이 도는 무말랭이 차가 완성되었습니다. 집안은 이미 고소한 냄새로 꽉 찼습니다. 



4. 주전자에 물과 볶은 무말랭이 한 숟가락 정도 넣고 팔팔 끓입니다. 오래 우릴 필요 없이 그냥 한 번 김 나갈 정도로만 푸르르 끓여도 충분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무말랭이 차는 구수하면서도 시원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어우러져 차로 즐기기에 손색이 없답니다. 무는 소화를 돕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무말랭이 차를 마시고 나면 속이 편안하고 개운해져서 더욱 좋고요.  


5. 무말랭이 차는 맛이 꽤 진하게 우러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녹차를 여러 번 우려 마시듯 물을 부어가며 몇 번 더 끓여 마셔도 좋습니다.         



요즘 백화골 농부들의 모습입니다. 트럭이 올라가지 못하는 경사진 밭이라 20kg 짜리 유기농 퇴비를 일일이 어깨에 져 나르고 있습니다. 극한노동이지만 웃으며 함께 일하는 친구가 있어 힘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