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만 해도 영하로 내려가던 날씨가 이제는 좀 풀린 듯합니다. 하지만 언제 또 한파가 닥칠지 모르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조심해가면서 추위에 비교적 강한 놈들부터 밭에 내가고 있는 중입니다.
상추와 양상추, 각종 쌈채소들 어린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상추는 적상추, 청상추를 사이좋게 반씩 나누어 심었습니다. 쌈채소들은 주로 치커리 종류입니다. 아직 활착 전이라 아이들이 좀 힘이 없어 보이네요.
4월 초순에 심었던 완두콩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완두콩은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일단 싹만 올라오면 안심입니다. 단, 싹이 올라오기까지 적당한 물은 필수입니다. 작년엔 지독한 봄가뭄 때문에 싹이 올라오지 않아 재파종하기도 했답니다.
봄무는 좀 걱정이 되네요. 무는 여러 가지 채소 씨앗들 중 가장 발아가 잘 되는 놈입니다. 씨를 넣고 이틀이면 벌써 싹이 튀어 올라오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급하게 고개를 내밀던 놈들이 고개를 내밀자마자 복병처럼 쏟아지는 4월 눈을 맞고 말았습니다. 추대(일찍 꽃대가 올라와버려 제대로 수확을 못하는 것)가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일찍 심었던 하우스 배추는 벌써 이만큼 컸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아직까지 벌레 피해도 거의 없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할 듯합니다.
하우스에 심을 애호박 모종은 벌써 이만큼 컸고, 노지에 심을 단호박은 이제 막 씨를 넣었습니다. 호박처럼 추위에 약한 작물이 노지에 나가려면 적어도 5월 10일은 지나야 합니다.
부지런히 씨 넣을 것 넣고, 밭에 옮겨 심을 것 옮겨 심지만 아직 먹을 것은 없는 철입니다. 하지만 백화골 밥상은 이제 제법 푸릇푸릇합니다. 비결은 바로 들나물입니다. 끼니 때가 되면 칼 한 자루, 양푼 하나 들고 집 주변과 밭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가장 만만한 건 물론 쑥이지요. 시간이 없을 땐 무조건 쑥을 뜯어다 푸르르 쑥 된장국을 끓여 먹습니다.
이놈 참 맛있습니다. 산나물 들나물에 대해 좀 아시는 분이라면 금방 이름 나오시죠? 네, 이름도 예쁜 쇠별꽃 나물입니다. 미나리처럼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우스 앞뒤 물 많이 고이는 곳에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칼로 쓱쓱 잘라내어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아주 살짝 한 번 데쳐 헹굽니다. 꽉 짜서 초장이나 간장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데, 데치는 순간부터 확 피어오르는 향이 정말 근사합니다.
벼룩이자리입니다. 장수 사람들은 ‘코딱지 나물’이라고도 부르더군요. 이름도 별명도 그다지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긴 모양과 맛은 훌륭합니다. 벼룩이자리 역시 하우스 안이나 밭 주변에서 지천으로 자랍니다. 뜯어다 생으로 초고추장 무쳐 먹으면 괜찮습니다.
뒷마당에 나가 눈 크게 뜨고 천천히 걷다보면 곳곳에서 아직 꽃 피기 전인 민들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민들레는 별미입니다. 쇠별꽃이나 쑥처럼 지천으로 무리지어 자라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색다른 나물이 먹고 싶을 때만 뜯어다가 먹습니다. 생으로 먹어도 되지만, 우리집에선 살짝 데쳐서 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는 걸 좋아합니다. 씁쓸한 맛이 일품입니다.
백화산이 바로 머리 위니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다양한 산나물도 만날 수 있지만, 바쁜 일철에 나물 해먹겠다고 매일 산에 올라갈 여유는 찾기가 힘듭니다. 이럴 땐 채취하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집 주변 들나물들이 최고입니다.
산에는 가족회원 발송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향긋한 취나물과 산미나리 만큼은 가족회원들과 함께 맛보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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