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가까운 전주나 진주 같은 곳만 해도 벌써 벚꽃이 만개하다 못해 져간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장수는 이제야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릴락 말락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매화 꽃봉오리 부푸는 걸 보니 이제 살았다 싶습니다. 이른 봄에 넣었던 봄 작물들도 따뜻한 봄내음을 맡더니 쑥쑥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해도 눈에 띄게 길어졌고요. 이제 해가 짧아서 라는 핑계도 못 대는, 본격적인 일철의 시작입니다.
하우스에 심은 감자싹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납니다. 3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작년보다 며칠 늦게 심었는데, 온도와 습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비슷한 시기에 싹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잘 자랍니다.
초기에 한파를 입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걱정됐던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도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모습에 밭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흐뭇합니다. 요 세 가지 작물은 다 벌레들이 아주 좋아하는 놈들이라 이제부터 병충해 방제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옥수수, 단호박, 땅콩, 고구마 심을 밭을 만들었습니다. 각 작물에 알맞은 양만큼 퇴비를 넣고, 굼벵이 피해가 종종 있는 고구마 밭에는 예방 차원에서 석회를 넉넉히 넣었습니다. 아주 적은 양만 있으면 되는 미량 요소지만 부족할 경우 뿌리 성장이 나빠지는 붕사는 마치 음식에 소금 간을 하듯이 세심하게 흩뿌려 주었고요. 마지막으로 예쁘게 골을 타고 비닐 멀칭을 했습니다. 올 한 해 여기서 또 얼마나 많은 작물이 나올까. 고구마 농사는 잘 될까. 이런 저런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네요. 낮에 일하다보면 이제 조금씩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양지바른 곳을 중심으로 쑥이 쑥쑥 올라옵니다. 신 김치와 처마 밑에 걸어놓은 무시래기로 연명(?)하던 저희집 밥상에 이제 좀 화색이 돌게 생겼습니다. 애기쑥 뜯어다가 쑥국은 벌써 두 세 번 끓여먹었고, 조만간 쑥전이랑 쑥버무리도 해먹어야겠습니다. 향긋한 쑥국 한 그릇에 몸속까지 봄맞이가 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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