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는 즐거움 2
볼 일이 있어 읍내에 나갔다가 저녁 밥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저녁 먹은 뒤 읍내에 또 들를 데가 있어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일단 식당에 들어가니 주인과 종업원이 다 안면 있는 사람들입니다. 반갑게 인사부터 합니다.
자리에 앉아 뭘 먹을까 살펴보다 6천원짜리 한우 사골곰탕을 시켰습니다. 어느 축산농가에서 잡아온 고기인지 우리를 비롯한 손님들 모두 뻔히 알고 있습니다.
반찬으로는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나왔습니다. 모두 국내산이자 장수산 야채들입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이 쌀을 재배해서 납품한 사람이 누구인지, 김치를 먹으면서도 작년 고생고생 해가며 이 배추를 재배한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고 먹습니다.
“이게 OOO네 집 배추잖여. 5천 포기 주문했었는데 작년에 날씨가 워낙에 안 좋아서 3천 포기밖에 납품을 못했다고 하더만.”
옆 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로 미루어보아 다른 손님들도 ‘생산자 명단’을 주루룩 꿰고 있는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외식을 하며 이런 식당 밥상을 대하고 있으려니 이런 게 바로 시골 사는 즐거움이구나 하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어디 가도 대부분 낯익은 얼굴들이고, 식당에서 먹는 밥의 내력까지도 척 하면 착 하고 아는 작은 세상.
사실 이런 익명성 없는 생활을 처음부터 즐거움으로 받아들인 건 아닙니다. 물건 사러 구멍가게 하나 들어가도 “어디서 왔어?”부터 물어보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느끼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젠 좀 알 것 같습니다. 서로를 알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즐거운 일인가를 말이에요. 시골살이 7년 만에 이제 좀 철이 들었나봅니다.